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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이사회에는 엄운규, 이종우, 양진석, 이규석, 김영환, 이장원, 이승국 7명의 이사가 참석해 성원 불가됐다. |
23일 이사회를 열어 국기원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려고 했던 국기원이 일부 이사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 16일 국기원은 엄운규 이사장, 정상화 추진위원회 이승완 위원장, 송상근 행정부원장, 송봉섭 연수원 부원장, 조영기 부원장, 박현섭 총무이사 6인이 참석한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종용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알려진 13명(이종우, 이장원, 이승국, 이규석, 양진석, 안종웅, 홍종관, 김영환, 김철오, 최창신, 한용석, 이종승 등)에 대해 국기원 정상화 명분으로 이들을 보궐선임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간담회를 갖고 최종의견을 타진하기로 한 이사들은 강남구 역삼동 인근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화합의 자리를 가졌지만, 엄 이사장과 이 추진위원장이 이사장 임기연장을 두고 대립해 국기원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
23일 국기원은 19명의 이사 중 9명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 2층 해피룸에서 제3차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주요 안건은 13명 이사들의 보궐선임과 23일 24시부로 임기가 종료되는 엄운규, 조영기, 박현섭, 이종우, 안종웅, 이장원, 이규석, 김영한, 양진석 9명에 대해 임기를 연장한다는 건 이었다.
당초 일각에서는 엄 이사장 이사장직 임기연장 의지가 강해 이 추진위원장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이사회에서 이를 통과시키도록 할 것이라는 견해를 들어냈지만 이날 현장에는 엄운규, 이종우, 이규석, 양진석, 이장원, 김영환, 이승국 7명의 이사만 참석해 재적인원 2/3을 채우지 못해 성원불가됐다.
이날 이사회가 무산되면서 23일부로 임기가 끝나는 엄운규, 이종우, 조영기 등 9명의 임기는 사실상 종료됐다.
12명 이사들의 불참으로 인해 무산된 국기원 이사회장에서 엄 이사장과 6명의 참석자들은 불참자들을 ‘직무유기’자라 칭하며 이사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엄 이사장 또한 “대한태권도협회 창설, 국기원 설립, 세계태권도연맹 창립을 거치며 30여년간 수백번의 회의를 치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며 “이사장으로서 태권도와 국기원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려고 했지만 이들의 불참으로 이 자리가 나의 마지막 자리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2명의 이사들이 엄 이사장의 임기연장에 대해 보이콧으로 맞섰다면 엄 이사장은 마지막 직권으로 현 송상근 부원장을 직위해제 하고 前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인 이승국 이사를 부원장 겸 원장 직무대행 임명이란 카드를 사용했다.
국기원 정관상 상근직 이사 3명은 이사장이 임명을 할 수 있기에 엄 이사장의 마지막 카드는 법적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승국 부원장 임명이라는 카드로 인해 일각에서는 “자신은 물러나지만 반대세력과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의 제자이자 측근인 이승국 이사를 원장직무대행으로 세움으로서 엄 이사장과 反 엄운규의 구도가 정부 VS 反 정부 구도로 넘어갈 것이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불참한 이사 10여명은 오후 국기원에서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추진위원장은 상근직 이사들의 불참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기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여지껏 이사장 직인으로 한번도 공문을 발송한 적이 없었다. 국기원장의 직인으로 나갔었는데 소리소문없이 이사장 직인을 만들어 공문을 내보냈다. 이사회 소집 기한인 7일 또한 지키지 않고 6일전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이번 임시이사회가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주장했다.
양측이 적법성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기원 정상화는 더욱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이승국 이사가 부원장으로 내정됐다고는 하나 법정법인이라는 과제를 넘기에는 이사들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원장으로서 직무대행이라는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임기가 종료된 9명을 제외한 이사가 얼마나 이 내정자에게 호의적으로 협조할 것인가? 또한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엄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법정법인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에 정부의 조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정부는 국기원을 손에 넣을 명분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 편입 이전 국기원은 재단법인 상태이기에 정부가 관선이사 또는 사고단체로 묶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압적 개입이라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야당이나 국민 여론에 부작용을 끼칠 수 있기에 적극적인개입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국기원이 정상화를 이루는 데 최우선 사안은 이사회가 정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임기가 종료된 이사 9명을 보궐 선임하고 이 중 이사장과 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의 대화채널을 통해 양측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관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법정법인이 가능하다.
남은 10여명의 이사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첫째, 임기종료된 9명의 이사 중 일부를 보궐하는 방법이 있다. 아직까지 태권도인으로서 국기원의 발전을 위해 능력을 펴 줄 수 있는 인사가 있다면 이에 대해 보궐선임하고 이사장 및 원장을 선출해 국기원을 정상괴도에 올려 놓는 방법이다. 이는 정부의 반대와 도덕적인 비난을 살 여지는 있지만 법적 문제로 확대되진 않는다.
둘째,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9명의 빈 자리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천한 이사로 선임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와의 협의가 있었던 만큼 남은 이사들이 정부의 반대 없이 국기원을 정상괴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가장 최선책으로 논의 되고 있다.
셋째, 그냥 지금처럼 막무가내 식으로 국기원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순간적으로 남은 이들이 정부의 간섭과 법적인 책임을지지 않기 때문에 좋을 수는 있으나 국기원을 암흑속으로 몰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선택은 남은 이사들의 몫이다. 이 내정자 혼자의 힘과 의지가지고는 정부의 코드에 맞춰 법정법인을 이루기 힘들다. 남은 이사들을 설득해 함께 가는 방책을 선택해야 한다.
국기원 파행이 1년을 넘었다. 태권도 진흥법에서 정한 기일도 1년 3개월 이상 늦어졌다. 이 내정자와 남은 9명의 이사들이 어떠한 대책방안으로 내놓을까?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