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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 정예수 교수 |
많은 태권도인들이 국기원 연수원과 WTA의 목적 사업의 유사함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작금에 각각의 두 기관에서 보이고 있는 행보들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이고 있는 반증이다.
국기원 연수원이 2009년 10월 7일 태권도전문지 기자간담회를 갖고 3대 혁신과 6대 변화, 연수원 업무 개선 사항 등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운영방식변화, 연수제도 변화, 연구업무의 변화, 시설의 개선, 교과 과정 신설, 실기강사 공모, 평가방법의 개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화의 내용들을 살펴 보면 많은 태권도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바람직한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에 앞서 태권도진흥재단 2009년 8월15일 버클리대학교에서 ‘태권도 커리큘럼 개발 국제심포지움’을 120여명의 태권도 지도자, 학계 교수, 해외 태권도 사범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하였는데, 토론에서 김종웅 학장(마샬대학교)은 세계태권도아카데미(World Taekwondo Academy)의 설립(목적과 임무)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WTA의 필요성은 태권도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태권도에 관한 이론과 철학적인 개념이 부족하며 전 세계로 태권도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WTA의 임무는 태권도 정신 연구와 태권도 수련, 올림픽 운동 및 정신의 보급,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보급, 태권도의 위상 정립, 태권도의 전반적인 기술 향상으로 궁극적으로 태권도의 정신 고양을 통한 올림픽 정신과 인류애를 실현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양 단체(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는 각각 개별적으로 공통된 주제인 태권도 연수기능 개선과 연구기능 강화라는 매우 중차대한 내용을 상호간에 협력 및 공조가 되지 않은 채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함은 태권도의 모국에서 태권도 기구간에 유사한 목적 사업을 두고서 일원화되지 않고, 각기 태권도의 핵심적인 사업들이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에 그 심각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 진흥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2013년에 태권도 공원이 완공되어 질때까지 국기원 연수원과 WTA가 내용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통합의 논의가 지금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국기원 연수원과 WTA는 각기 별도의 기관으로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태권도의 공식 기관들이 각기 세계 태권도의 표준을 일원화된 창구가 아닌 두 개의 각각의 기관에서 이원화되어 나름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의미로서, 세계태권도본부를 표방하는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아카데미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WTA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도저히 납득이 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비록 국기원 연수원이 그동안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지 못해왔다는 비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기원은 태권도 모국의 중앙도장으로서의 상징성과 함께 1972년도 개원된 이래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그 역사성을 포함하고 있는 기구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WTA역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의 IOA(국제올림픽아카데미)나 각 IFs(국제경기연맹)들의 WTC(World Training Center) 개념을 도입하여 태권도 진흥재단과 WTF간의 협약을 통해 국제스포츠 사회에서 공신력을 확보하는 길을 걷고 있다.
공교롭게도 태권도진흥재단은 정부산하(문화체육관광부)의 기관이고 국기원 역시 태권도 특별법이 국기원 정관만 승인되면 발효되어져서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끔 정부산하 기관으로 전환이 될 예정에 있다. 세계화를 지향해야하는 양 단체가 정부산하 단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도 세계의 태권도인들과 스포츠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다, 비슷한 목적사업으로 태권도의 연구, 교육, 연수등의 기능을 각기 수행한다는 것은 분명 태권도의 표준화에 걸림돌이 되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태권도 공원이 무주에서 완공되기 이전에 반드시 양 단체들은 유사한 목적사업의 내용들인 태권도의 연구, 교육, 연수에 대한 표준화 및 그를 위한 방법론에 합의와 협력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결코 정치적인 논리로만 정리되어져서도 안될 것이며, 양 단체간에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헤게모니성 이슈로 다루어져서도 안될 것이다.
태권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태권도의 가치, 정수, 역사관, 기술체계 등에 따른 연수 및 교육기능으로 확대가 되기 위해서는 단일 창구에서의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져야함이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에, 양 단체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을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우리 태권도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많은 태권도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태권도의 모국에서 세계 태권도의 발전을 위한 도약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국내적인 시각에서 각자의 자리보존을 위한 행위가 지속되어 혼란 속에 빠질 것인지 우리 태권도인들은 모두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태권도의 실체를 규명하는 연구와 지도자를 배출하는 연수의 기능은 우리 태권도인들이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우리의 태권도는 정부의 영향력과 지원하에서 성장 발달해온 것이 아닌 전 세계 태권도인들 스스로가 함께 노력해서 발전을 이룩한 훌륭한 전통이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우리 태권도인들과 양 단체의 당사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