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열린 제1회 유스올림픽 태권도 경기 세계선발전과 제8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는 많은 이슈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
청소년대회 사상 역대 최대 참가국과 최대 참가인원을 자랑한 이번 두 개의 대회에는 2009년 개정한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경기규칙이 청소년 대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비디오판독제와 라저스트 전자호구 또한 처음으로 사용되어 대회의 흥행과 판정의 공정성을 위한 WTF의 노력이 빛을 발휘했다.
멕시코 현지 조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현지 매스컴의 집중적인 관심, TV 생중계 등은 WTF가 승인한 대회 중 최상의 환경을 자랑했으며, 공정한 심판배정 및 질서확립을 위한 경기문화 개선 등의 노력은 대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일조했다. 하지만 WTF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논란이 있었던 문제점들은 앞으로의 대회 개최 및 올림픽을 앞두고 WTF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역대 최대 참가국 및 참가인원
‘제1회 유스올림픽 태권도 경기 세계선발전’에는 60장의 출전권(국가별 최대 6장)을 두고 96개국 385명 참가해 총 32개국이 1장 이상씩 출전권을 확보했으며, 종주국인 한국이 4장만을 확보한 것에 비해 러시아, 멕시코 5장, 독일 4장 등을 확보해 타 국가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단계에 있음을 보여줬다.
2년마다 개최해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또한 2006년 제6회 대회 73개국, 2008년 제7회 대회 80개국, 2010년 제10회 대회 103개국이 참가해 역대 최대 참가국과 참가선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종주국 위상 턱 밑까지 쫓아와<견제발(컷트발) 혀용과 신장, 파워의 열세로 한국팀 고전>
총 8일간 멕시코에서 열린 두 개의 대회에서 한국팀은 남녀 6명이 출전해 유스올림픽 티켓 4장만을 확보했으며, 청소년대회 역시 8회 연속 남녀동반 우승의 위업이 좌절되면서 남자는 16년만에 종합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이 고전을 면지 못한 것은 신장과 힘의 열세에 한국에선 금지된 견제발(컷트발)이 대폭 허용됐기 때문이다. 견제발(컷트발)이란? 상대가 공격에 들어올 때 무릎을 들어올려 상대가 부상위험을 느껴 공격하지 못하는 틈을 타 앞발차기로 득점을 끌어내는 행위다. 국내에서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이 같은 행위를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만약 의도적으로 견제발을 사용했다면 경고를 주고 있다.
유스올림픽 선발전과 청소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보면 상대의 견제발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전략을 사용한 선수들이 메달권에 올랐다. 입상하지 못한 선수들 중 특히 아랍 및 유럽권 선수들과 대결한 선수들은 신장과 힘의 열세에 견제발까지 공략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개최지 선정에 있어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 필요
멕시코 티후아나는 미국 샌디에고 근접지역으로 선수들이 시합 출전을 위해 입국한다면 남미를 제외한 국가는 미국을 경유해 입국해야 시간을 절약하고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을 경유함에 있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발도상국 개념에 있는 국가에서 입국을 하려면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것이 아니다. 일부 국가는 미국을 통과하기가 힘들어 먼길을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생겨 최대 2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러한 경우 선수들의 체력은 떨어지고 컨디션 또한 나쁠 수 밖에 없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의 경기는 경제적으로도 선수들에게 부담을 줘 앞으로 개최지 선정에 있어 엄격한 사전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치안 문제 또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한인사범 A씨를 비롯한 일행이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현지 경찰에게 강도를 당한 것이다. 국제대회 개최지에서 그것도 현직에 몸담은 경찰이 관계자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다는 것은 큰 망신 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다행이 WTF 사무총장이 현지 시장에게 항의방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아 이후부터는 참가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경호가 더욱 철저해지고 용의자들 또한 즉각 체포됐지만 WTF가 참가 선수단에게는 어떠한 공지나 설명을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오히려 소문속에 여러 청소년 선수들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었다.
▲경기규칙의 개정으로 ‘재미, 박진감’ 증가
이번 대회는 기존 청소년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박진감과 열기로 새로운 태권도 경기의 저변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난위도에 따른 고득점제 경기가 치러지면서 선수들이 기존 짧고 밋밋한 공격에서 벗어나 점수를 많이 얻으려 고난위도 기술을 구사하고 상단공격을 자주해 관중들로부터 ‘재밌다’, ‘박진감 넘친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점수의 폭이 높아짐은 3R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어 보는이들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20점 이상차이로 승리한 경기가 많아졌으며, 10점 차이로 지고 있다가 마지막 3R에서 역전한 경우도 대폭 늘었다. 이는 대중의 욕구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고 선수들 또한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경기에 임해 매 라운드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를 선사했다. 특히 얼굴득점이 최대 3점까지 적용되면서 선수들이 공격이 상단에 집중되어 큰 동작과 고난위도의 기술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 중계 및 중계권료 상향조정
이번 대회는 한국의 MBC ESPN을 비롯해, 멕시코, 터키, 이탈리아 등에서 중계를 하며 태권도의 대중성 확보와 저변확대에 밑거름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부터는 WTF와 MBC ESPN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2천만원선에 그쳤던 태권도 경기 중계권료를 1억원 가량 끌어올려 질적향상을 꾀한 점은 WTF와 태권도 경기의 상업적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자호구 시스템의 잦은 중단으로 경기운영에 차질
지난해부터 WTF는 거의 모든 대회에 전자호구(라저스트사)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득점 문제에 있어서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관계자들의 기술력 부족과 컨트롤 미숙 등은 경기시간지연을 초래해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남았다. 특히 생중계를 함에 있어서 경기가 전자호구 시스템 문제로 10분~30분 가량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해 시청자들이 경기보다는 경기장 내부만을 봐야하는 시간이 많아 불만이 컷다.
전자호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 또한 전문가들이 극소수만 참여하고 있어 대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별도의 사전교육과 문제점 발생시 대처방안 등은 별도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함을 나타냈다.
▲경기규칙의 명확한 적용 필요
이번 대회에서 특히 장신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비율이 높은 것은 변형된 컷트발(견제발)의 사용이 대폭 허용됐기 때문이다. 컷트발은 상대방의 부상 위험으로 WTF에서도 일정부문 금지시하고 있는 기술이다. 세계태권도선수권 5연패의 마크로페즈(미국)선수의 주특기로도 알려진 이 기술은 절대적으로 장신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상대의 공격에 무릅을 들어 위협을 가하고 이후 앞차기 및 상단 공격으로 점수을 앗아가는 이 기술은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특히 일반호구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이 기술의 제약이 많았지만 전자호구에서는 몸통 득점을 심판이 아닌 전자호구의 센서가 잡아주면서 많은 선수들이 이를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해외 지도자들은 “컷트발도 이제는 하나의 기술로 받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내 지도자들은 “태권도 특유의 기술이 점점 줄고 자꾸 변형된 기술들이 적용된다면 가라데와 다를 것이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들어내고 있다. WTF에서 이러한 변칙 기술들과 관련해 허용인지? 불가인지? 명확하게 적용해 주지않는 다면 앞으로 이 컷트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사료된다.
▲비디오 판독제 호평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적용했다가 사각의 발생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비디오판독제가 “코치들이 자기 선수들의 휴식 및 체력보충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끊긴다”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 호평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WTF는 양측면 두 대의 비디오를 설치해 사각을 최소화했다. 지도자들 또한 비디오판독제를 하나의 전략으로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들이 경기의 판세를 뒤집고 역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상단 공격의 경우 맞았냐? 스쳤냐?라는 모호한 경계에서 심판이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 비디오판독제로 득점의 유무를 가려 정확하게 득점을 가려내는 모습은 판정의 공정성이라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최진우 기자, tkdtimes@paran.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