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로 인해 일파만파 반한(反韓)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인 양수춘이 “나의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22일 천충 부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대만으로 귀국한 양수춘은 대만인들에게 국민영웅에 준하는 인기와 대우를 받았으며, 자신의 실격패에 대해 “대만인들이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17일 발생했던 양수춘의 실격패 판정으로 발발한 반한 움직임은 아시아태권도연맹 홈페이지 해킹, 한국학교 달걀투척, 한국인 식당 출입금지, 한국 물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어 대만국민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
특히 27일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집권 국민당과 민진당 등이 이 사건을 자신들의 선거운동에 사용하면서 대만내 여론은 수그러지지 않는 반한감정으로 국제적 문제로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대만 언론들은 국민적 영웅대우를 받으며 귀국한 양수춘이 일부 대만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사건을 거론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양수춘이 이 사건을 뻥튀기 하지 말라. 정치는 정치이고 체육은 체육이며 이 두 가지 엄연히 다르다. 지금이 마침 선거 기간인데 정치와 체육을 함께 뒤섞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대만을 휩쓸고 있는 반한 감정과 관련해 “사람들이 나의 실격과 관련해서 한국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아시아태권도연맹(ATU)의 총재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총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반한 감정을 갖고 있겠지만 둘 모두 국제기구다. 나 또한 한국인 코치에게 많은 지도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소송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22일 대만 정부가 위임한 쑹야오밍 변호사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양진석 사무총장을 아시안게임 기간중 타이완 선수단과 선수에 대한 비방 및 문서위조를 이유로 중국 광저우 법원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여론은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반한감정이 괜한 불똥이라는 반응이다. 국제적으로 중국의 압력에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없는 대만과 그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대만국민들이 마치 한국이 고의적으로 양수춘을 실격시킨양 호도하고 한국인들에게 위협과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대만 또한 국민들의 반한감정을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이 문제가 한국과의 외교문제로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WTF와 ATU는 이번 문제를 명백한 대만팀의 규정위반으로 보고 있다. 구형센서 부착은 경기를 유리하게 하기위한 고의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실격패 논란의 해결에 중요한 것은 경기위원들이 제대로 양수춘의 센서를 검사했느냐?는 것이다. 시합전 두 번의 검사와 경기전 심판의 검사 총 세차례의 검사에서 과연 어느 시기에 양수춘이 구형센서를 부착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논란을 풀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 양수춘의 문제는 대만팀의 잘못인지 아니면 경기위원들의 잘못인지가 가려질 수 있는 것이다.
실격패 논란으로 반한감정이 발발하고 경기운영 미흡이란 채찍질을 당해 큰 틀에서 태권도의 이미지가 실추되기는 했지만 대만내에서는 오히려 태권도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대만언론들의 설명이다. 한 대만언론은 “양수춘의 실격패에 대만 1위 재벌인 훙하이 그룹 창업주 궈타이밍 이사장이 그녀의 고향인 북부 타이베이현에 올림픽 태권도 훈련센터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며 “대만내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