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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세계태권도대회조직위원회 '행사차량'이라는 비표가 달린 승합차량이 불법영업을 통한 운행을 하고 있다. |
있을 수 없는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개최국을 포함해 세계 151개국 2천여명의 선수단이 북적되고 있는 ‘2011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4월 30일 오후 3시 30분경 본 기자는 세계태권도연맹 총회가 열리고 있는 본부숙소인 경주 보문단지內 현대호텔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기자의 옆으로는 서울 지역에서 팔순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에 방문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할머님 여섯 분이 잔치를 마치고 이 곳 정류장에서 신경주역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30여분 버스를 기다렸을까?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현대호텔에서 ‘행사차량’이라는 팻말이 붙은 신형 스타렉스 승합차 한 대가 버스정류장으로 다가섰다. 이미 40여분을 넘게 버스를 기다리느라 지친 할머님들에게 승합차 운전기사는 “어디까지 가세요? 여기분이 아닌것 같은데”라면서 “사람당 2천원만 주시면 제가 신경주역까지 모셔다 드릴께요”라고 운을 띄웠다.
6명의 할머님들은 이 운전기사의 질문에 잠시 차비 계산을 하더니 “그래 버스비가 1,500원이니까 이거나 그거나 마찬가지야. 택시타면 두 대로 가야되고 그럼 3만원씩 6만원이나 드니까 이게 싸지. 이 차를 타고 가자”고 운전기사의 호객행위에 OK했다.
6명의 유료 승객을 확보한 운전기사는 잠시 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에게도 접근해 “2천원이면 싼 거에요 타세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거 행사차량 아닙니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고 운전기사는 “어차피 손님 모시러 가는 거 빈차로 가야되니까 담배 값이라도 버는 것”이라고 말하며 본인의 행동에 대한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기자는 밀착 취재를 위해 6명의 할머님들과 함께 차량에 올랐고 유료승객을 태웠다는 의미에서 인지 운전기사는 기분은 좋아보였다.
기자는 이 운전기사 태도를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와 함께 탑승한 6명의 할머님들은 이 운전기사가 신경주역까지 가는 동안 지역의 문화를 설명하고 가는 내내 가이드를 해줘 더욱 고마움을 느꼈고 해당 운전기사에게는 “기사님을 잘 만나 덕분에 편했다. 친절하게 가이드까지 해줘 늙은이들이 호강이다”고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운전기사의 태도가 아닌 행사요원으로서의 개념이 없었다는 것과 또 일반차량으로 영업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겨가면서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 운전기사는 이러한 행위를 하면서 어떠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저는 원래 택시영업을 하는 사람인데 매해 이렇게 경주에서 큰 행사가 있으면 항상 나와서 일당을 받고 경주에 찾아오는 행사 VIP들을 위해 일합니다. 제 차는 지금까지도 여러 나라에서 온 높으신 분들만 탄 차랍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까지 했다.
당연히 조직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30일이면 행사가 시작된 지 3일이나 지난 기간이지만 이 불법행위를 질문한 ‘태권도조선’ 기자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잔치만 벌려 놓으면 땡!’이라는 이들의 마인드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홍보 및 안내 부족을 필두로 교통과 숙박, 각종 편의시설까지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허다했다.<본지 기사 http://www.tkdcnn.com/news/2595 참고>
경주시는 이번 대회에 4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것과는 다르게 준비 상황은 형편없었다.
‘태권도조선’의 기사가 5월 4일 오후 각종 포털에 올라가자 그제서야 조직위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해당 운전기사를 찾기 위해 조직위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경주시장이자 이 대회 조직위원장인 최양식 시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최 시장은 담당 공무원과 해당 운전기사에 대한 엄중 처벌을 지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5일 오전 조직위원회 최병준 상임부위원장을 비롯한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은 당시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운전기사에 대한 신원을 확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오후 조직위원회측에 통화를 해보니 행정지원본부 소속 박 모 관계자는 “아직 해당자가 누구인지 파악을 하지 못했다. 우리 쪽 관계자인지 확실하지 않다. 행사 관계자라 사칭하며 불법영업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만약 당사자를 알고 있다면 그에 대해 직접 찾아주던가 누구인지 가르쳐 달라”고 말했고, 문 모 담당자 역시 “우리 관계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현재 경찰에 이를 의뢰해 이 같은 불법행위를 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핵심 담당자들이 그것도 이미 오전에 그 당사자의 신원이 확보되어 상임부위원장에게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반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위원회의 구조와 업무 능력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되어 있고 각 팀.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한건의 상황만 보더라도 세계태권도선수권의 준비 부족 및 미흡 문제는 일부 인사들의 탓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경주시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를 대표하고 있는 최양식 시장이 이번 세계대회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