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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대훈 선수(왼쪽 첫번째)가 입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태권도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향해 순항하던 이대훈(용인대, 20) 선수가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에게 아쉽게 무너지면서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이대훈은 8월 8일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제1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태권도)’ 첫날 남자 -58kg 출전해 결승전까지 난관을 극복하며 올랐지만 체력적 부담감으로 인해 곤잘레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낮은 랭킹으로 인해 유리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하며 첫 게임부터 강자와 상대를 하게됐다. 그의 첫 상대는 세계랭킹 2위 태국의 타라켓 판익으로 이 체급 우승후보였다.
타라켓은 장점은 빠른 발놀림에서 나오는 몸통 연속 공격으로 큰키에 유연성이 장점인 이대훈과는 경기스타일이 상반되는 선수였다.
경기초반 이대훈은 타라켓은 빠른 발에 당황하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이용해 뒷차기를 날려 2점을 먼저 빼앗았다. 1라운드가 끝날 무렵에는 왼발로 타라켓의 옆구리를 명중시키며 1점을 추가해 유리한 게임을 이어가나 싶었으나 이내 상단득점을 허용해 3:3 동점 상황을 내어줬다.
2라운드에서도 이대훈은 힘들게 경기를 이어가야 했다. 발놀림이 빠른 타라켓을 상대로 주특기인 상단공격보다는 몸통공격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득점은 먼저 뽑아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수비에 허점을 노출하면서 상단득점을 허용했다.
3라운드에서는 이대훈이 장점인 상단공격이 적중했다. 하지만 태국의 최영석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면서 이대훈의 3점이 취소됐고, 6:6 동점으로 서든데스에 돌입했다.
첫 게임부터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승운은 이대훈에게 흘렀다. 몸통 공격위주로 공방전을 펼치다가 연장 30여초를 남겨두고 오른발 밀어차기 공격에 득점이 인식되며 최종 7:6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8강전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이대훈은 8강에서 2004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집트의 노장 바유미 타메르를 만났다. 타메르 역시 첫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속에 8강에 올라온 선수라 체력적 부담은 두 선수 모두 동등한 입장이었다.
이대훈은 타메르와의 경기에서도 초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며 유리한 경기운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라운드부터 나래차기 몸통공격에 상단공격까지 허용하며 4:0으로 득점을 내어준 것. 하지만 2라운드부터는 이대훈의 몸놀림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장점인 긴 하체와 유연성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는 못했지만 상대의 공격에 허점을 찾아 득점을 뽑아내는 영리한 경기를 펼치기 시작한 것.
이대훈은 2라운드에서 상단공격을 적중시키며 추격에 나섰고 이내 몸통득점까지 뽑아내며 3라운드를 6:6 동점 상황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3라운드에서도 두 선수는 공방을 펼치며 몸통득점을 서로 주고 받았고, 7:7 동점 이후 이대훈은 경고 감점으로 점수를 내어주긴 했으나 이내 추격을 펼쳐 10:10으로 연장전(서든데스)에 돌입했다.
첫 경기와 8강까지 모두 연장전까지 소화해야하는 두선수의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로 연장은 정신력 싸움이 승부수였다.
체력이 바닥난 두 선수의 연장전은 공격보다는 힘을 비축한 한방이 누구에게 먼저 터지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노련한 타메르보다는 젊은 신예 이대훈의 정신력에 빛을 발휘했다.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 있던 이대훈에게 타메르는 몸통을 노출시켰고 이대훈은 정확히 왼발로 타메르의 몸통을 가격, 이를 득점으로 가져갔다.
최종 11:10으로 첫 게임와 두 번째 게임 모두 연장 접전 승리를 챙기며 이대훈은 4강에 안착했다.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대훈은 바닥난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히 자신의 체급 63kg 아닌 58kg 출전하면서 7kg를 감량한 터라 힘이 달린 것은 어떻게 해도 극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감량으로 인하 체력저하에 경기력까지 약화되면서 체력과 기술이 아닌 ‘꿈을 이루겠다!’는 정신력이 이대훈을 강하게 만든 것.
이대훈의 준결승 상대는 이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킨 러시아의 데니센코 알렉세이로 신장이나 몸놀림, 경기 스타일이 이대훈과 비슷한 선수였다.
이대훈은 4강에서 알렉세이를 상태로 초반 탐색전을 펼치며 0:0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고, 2라운드부터는 앞발을 들고 상대의 공격을 견제하며 알렉세이가 제대로 공격을 펼칠 수 없도록 발을 묶어 놓았다. 지쳐보이긴 했지만 이대훈의 눈은 빛이 났고 한국 응원단의 응원과 최연소 그랜드슬러머를 향한 기대감이 보태지면서 파이팅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라운드에 들어선 이대훈은 자신의 경기스타일을 되찾으며 상대의 허점을 호시타탐 노렸고, 몸통공격에 상단공격을 겸한 연속기술로 4점을 뽑아내며 3라운드에 4:0으로 유리하게 돌입했다. 알렉세이는 이대훈의 공격에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3라운드에서 체력소모가 큰 이대훈이 소극적 공격을 펼치자 연속공격을 몰아치면서 거센 추격에 들어갔다. 알렉세이의 몸통공격이 연이어 적중하면서 이대훈을 바짝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3라운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6:5까지 점수를 허용하며 주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이대훈에게 있는 듯 했다. 알렉세이의 가드가 풀리면서 이대훈이 공격이 몸통에 적중했고, 경고 감점으로 점수를 내어주긴 했으나 득점을 뽑아내며 7:6으로 천신만고 끝에 결승행 티켓을 거머줬다.
첫 경기 연장 7:6, 8강 연장 11:10, 4강 7:6으로 경기를 마친 이대훈은 세 경기 모두 1점차 승리를 따내며 태권도 종목 한국의 첫 금을 향한 항해를 이어갔다.
결승 상대는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의 조엘 곤잘레스(스페인)로 객관적인 분석으로 이대훈 보다 한 수 위의 경기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객관적 우세에 있는 곤잘레스를 상대로 이대훈은 감량과 상대보다 1/3이나 많았던 경기시간으로 인해 체력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결승 무대에서의 이대훈은 전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보다 내가 우위라는 자신감이 이대훈의 주위에 감돌았다.
자신은 있었지만 이대훈의 몸은 정신력을 바쳐주지 못했다. 1라운드 17초만에 곤잘레스의 오른발은 이대훈의 몸통을 가격했고, 거기에 상단공격까지 더해져 1라운드에만 무려 5점을 뽑아내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대훈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득점을 내어주긴 했지만 몸통 허점을 지속적으로 노리며 간간이 득점을 뽑아냈고, 곤잘레스가 큰 공격을 펼치기 어렵도록 견제발을 이용해 방어형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2라운드에서는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곤잘레스를 경기장 코너로 몰았고 경고감점과 왼발득점을 뽑아내며 5:4 1점차까지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라운드 10초를 남겨두고 곤잘레스의 파워풀한 연속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통을 노출시켜 8:4로 3라운드에 돌입했다.
3라운드에서는 주심의 모호한 판정이 이대훈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넘어진 곤잘레스가 아닌 공격자인 이대훈에게 경고를 준 것. 경고감점으로 점수를 빼앗긴 이대훈과 달리 유리한 득점포인트를 챙긴 곤잘레스는 이후 이대훈을 더욱 몰아치기 시작했고, 몸통공격과 상단공격으로 연이어 득점을 뽑으며 최종 17:8로 경기를 마쳤다.
약관의 나이로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대훈은 자신의 목표인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하며 당당히 세계 2위의 모습을 보여줬고, 4년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기약하는 태권도 유망주 중 하나로 세계인에게 이름을 각인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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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 남자 -58kg에 출전한 한국의 이대훈 선수와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 선수의 경기모습. |
<최진우 기자, coo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