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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8/27  하성운
金, “태권도가 가장 의혹과 비리 많았다”
윤리위원회, 폭풍 속으로 ‘출범’

지난 21일 대한태권도협회 윤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위원선임을 마치고 오늘(27일) 출범했다. 이미 발표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 출신의 표성수 위원장을 비롯해, 한홍석(공인회계사), 김명호(변호사), 강성구(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송병록(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태호(대한체육회 경기운영부장), 류병관(용인대 교수), 정국현(한국체대 교수) 등 8명으로 윤리위원회 위원들을 구성했다.

지난 15일 삼척에서 열린 16개 시도협회장 간담회 후 서면결의를 통해 설치된 위원회는 오늘 대한체육회 13층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하봉갑 이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그동안 제기된 논란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회의 시작전 회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김정길 회장.
김 회장은 “윤리위원회의 조사 범위와 운영, 방향을 결정했으면 좋겠다”며, 첫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김 회장은 “태권도가 가장 문제와 의혹과 비리가 많았다”며, 태권도의 자정을 당부했다. 또한 “친소관계를 떠나 공정하게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의혹 중 윤리위원회가 처리해야할 가장 핵심적인 논란은 △+80Kg급 선정 의혹 △올림픽 예선 출전 선수 선발전 판정 개입 의혹 △임춘길 전무의 금품 수수 의혹 △삼성 에스원의 심판 로비 의혹 등 현재 태권도계의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윤리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는 지난 6일 김정길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 조사한 것은 없다”는 발언과는 달리 김 회장의 측근들이 임 전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임 전무의 사퇴를 종용할 당시에는 임 전무와 관련된 금품의혹에서 임 전무가 최소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 김 회장 측의 결론이었다. 최초 4천만원이 학부모에 의해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한 A씨에게 현금으로 건네졌고, 금융기관을 통해 다시 4장의 수표로 바꿨다. 이 중 되돌아온 3천만원을 제외한 1천만원의 행방이 묘연했기 때문이다.

사퇴할 당시 임 전무도 이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김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해, 당시에는 이를 임 전무가 수수했을 것이라는 것이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퇴 후 사라졌던 1천만원은 ‘배달 사고’로 밝혀졌다. 즉 사라졌던 1천만원은 임 전무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당시의 청탁은 이뤄지지도 않았다. 결국 임 전무와 관련된 금품수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리위원회가 밝혀야할 것은 체급선정과 관련된 의혹과 판정 개입, 삼성에스원 측의 심판들에 대한 로비 의혹이 남았다. 이 중에서 삼성 에스원의 심판들에 대한 로비의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표성수 윤리위원장. 부장검사 출신으로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당사자인 삼성 에스원 김세혁 감독이 스스로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련된 심판은 총 24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조장급 심판 6명은 18만원 상당의 갈비세트가, 나머지 심판들은 5만원 상당의 영양제가 택배를 통해 배달됐다. 특히 김 감독은 “모 심판은 잘 받았다”는 인사까지 받았다고 말해, 택배로 갈비와 영양제를 받은 심판들은 김세혁 감독이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세혁 감독과 해당 심판들은 금품수수와 관련한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남은 체급 선정 문제와 선발전 판정 개입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쉽게 결론내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는 주심의 경고사항과 득점여부만으로 임 전무가 경기에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힘들다. 특히 선발전은 TV로 중계까지 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정에 개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80Kg 체급선정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하봉갑 이사는 “체급선정에서 임 전무가 선정 이전에 문대성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면서 “임 전무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양진방 기획이사가 문대성 교수의 올림픽 출전 기자회견을 준비해줬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양 이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일부 증거를 확보한 상태여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삼성 에스원의 손태진의 이중신분 논란까지 겹치면서, 선발전과 관련한 파장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게 됐다. 특히 손태진은 이번 사건으로 선발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윤리위는 선발전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는데 고심할 전망이다.

이미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24일 대한체육회로부터 ‘손태진의 이중신분이 규정에 위배된다’는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 따라서 추가적으로 열리는 징계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야 하지만, 당사자인 손태진과 지도자인 김세혁 감독은 징계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아울러 손태진이 징계를 받을 경우 오는 9월로 예정된 세계예선(World Qualification) 출전도 힘들 전망이다. 이는 선례에 따른 것으로 이미 대한태권도협회는 이중등록의 경우 해당 선수와 지도자를 징계한 선례가 있다. 따라서 손태진의 세계예선 출전은 무산될 전망이다.

한편 양진방 기획이사의 경우 이번에 선임된 모 위원과는 지난달 미국에서 귀국 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위원 선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위원은 불공정 판정과 경기개입에 대해 직접 김 회장에게 진술했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양 이사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정길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체육계의 비리척결이 자칫하면 김 회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위원회의 행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김정길 회장의 남은 임기와 임춘길 전무를 비롯한 3인의 복귀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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