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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기원 고단자 심사 모습. |
특수목적법인 국기원(이사장 홍문종, 원장 정만순)의 특별심사가 풍랑에 휩싸이고 있다.
국기원은 지난 10월 23일 ‘2015년 국내 특별심사 응시 접수 공고’를 통해 1-2단은 최대 6단까지, 3단은 7단, 4단은 8단, 5단 이상은 9단까지 심사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공표했다.
국내 태권도 단증보유자 중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발한 활동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승단기회를 놓친 태권도인들의 사기진작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국기원이 국내 특별심사를 두고 내세운 명분이었다.
태권도 단은 1단에서 9단까지 총 9단계로 나눠진다.
각 단과 단 사이에는 승단을 위한 태권도 수련 기한이 정해져 있다.
1단에서 2단은 1년, 2단에서 3단은 2년, 3단에서 4단은 3년, 4단에서 5단은 4년, 5단에서 6단은 5년, 6단에서 7단은 6년, 7단에서 8단은 8년, 8단에서 9단은 9년이다.
태권도 초단(1단)을 취득해 9단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짧아도 38년이라는 승한기한이 있는 것.
하지만 국기원은 이번 특심에서 자격 기준을 접수자가 월단을 신청하는 접수단의 취득일을 기준으로 응시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1단을 취득한지 15년이 지나고 만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심의를 거쳐 6단 심사 응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당장 적법한 절차에 따라 태권도 단을 취득한 일선 지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태권도계 현안에 대해 정부기관 및 신고센터 등에 자주 민원을 제기하는 몇몇 이들은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할 것 없이 관계기관에 특별심사를 중단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일부 지도자들은 국기원의 국내 특별심사 계획은 태권도 단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자신의 단증을 반납하겠다고 국기원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특별심사 혜택을 부여받지 못하는 태권도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기원은 10월 27일 긴급 특별심사심의위원회를 열고 1-3단의 특별심사 자격을 폐지했다. 4단과 5단 이상자에 한해 특심 응시자격을 주겠다는 것.
1-3단의 경우 특심을 통해 5-7단을 취득할 경우 일선 지도자들의 도장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4단과 5단 이상자들에 대해서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특심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기원이 국내 특심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특심을 진행하면서 최대 두 개단까지 외국인들에게는 월단의 기회를 제공한 반면, 국내 태권도인들에게는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기원 고단자(6-9단) 심사는 기득권들의 전유물이었다.
각 지역에 소속된 지도자들이 고단자 심사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소속 시.도태권도협회의 추천이 필요하다. 일부 시도협회에서는 소위 ‘인사’를 하지 않거나 협회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고단자 심사에 응시하는 지도자들을 추천하지 않았다. 기득권을 가지고 이들의 승단에 피해를 준 것.
설령 시도협회의 추천을 얻어 심사에 응시한다고 하더라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단자 심사위원들에게 소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 불합격 처리 된 경우도 허다했다.
이렇게 승단에서 피해를 본 태권도인들은 “드러워서 심사를 보지 않겠다”며 승단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
국기원은 이번 특심을 통해 이렇게 과거에 불합리하게 피해를 본 태권도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고 특심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정원 및 군인과 경찰 등의 공직 생활을 한 사람들의 경우 근무 여건 등에 따라 제때 승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사람들에게 승단의 기회를 제공해 태권도 보급이 확대되게끔 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태권도인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 중 하나는 월단의 범위가 높다는 것이다.
4단→8단, 5단 이상→9단에 이르는 최대 네 개단의 월단 범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단심사를 본 태권도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미다. 또 특심으로 인해 월단을 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대외적으로 태권도 단의 권위가 떨어져 고단자의 상징성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또한 이번 국기원의 특심이 각종 언론을 통해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도되자, 10월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 “지금 국기원의 행태를 보면 미치지 않고 이렇게 할 수 없다”고 특별심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국기원은 일부 반대여론을 수렴해 1-3단을 특심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4단과 5단 이상자에 대한 특별심사 자격부여 접수는 11월 19일까지 원칙대로 받겠다는 입장이다.
30일 문 의원의 질의에 김 장관이 “특별심사를 중지시켰다”라고 답변했지만, 11월 3일 국기원측은 “착오가 있는 답변이다. 중지가 아니고 우리가 심의위원회를 거쳐 자격요건에 대한 변경을 하겠다고 답했다”며 특심을 강행할 뜻을 피력했다.
이번 국기원의 특심에 따른 여론은 특심 혜택을 보는 수혜자이냐와 정상적인 승단절차를 밟은 피해자이냐에 따라 찬반양론이 확연히 차이난다.
특심 기회를 얻는 사람은 찬성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양상인 것.
현재 국기원 특별심사 공고는 일부 자격요건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응시자격이 대한민국 국민, 국기원 단증보유자, 국내 일선 태권도지도자, 군인, 경찰, 정부기관, 학교 등 재직자 및 경력자로만 나와 있어 사실상 특별심사심의위원회의 주관적인 심의로 특별심사 자격이 부여될 우려가 높다.
태권도계는 국기원이 특심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공직자들의 경우 공직 경력 20년 이상, 태권도 지도자들의 경우 도장 등록기간 또는 유관단체 활동경력 등을 20년 이상으로 높게 잡아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국기원은 공청회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의 여론수렴을 통해 자격요건 강화 등을 심의위원회에서 토의하게끔 한다는 입장이다.
태권도계는 벗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버린 국기원의 특별심사, 국기원이 ‘단증 장사’ 논란속에 이번 특별심사를 어떻게 시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http://www.tkdcnn.com/news/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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