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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 세계태권도본부이자 태권도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는 국기원이 일부 임직원들의 비위 의혹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적폐 청산 1호로 지목받고 있다. |
국기원이 횡령 및 채용비리 의혹으로 현재 수사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데 이어 모 직원의 강제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세계태권도본부의 위상이 땅바닥에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기원의 횡령 및 배임, 채용비리 등을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했으며, 7월 31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자료 등을 추가로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위 의혹으로 전 세계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국기원에 이번엔 모 직원의 강제추행 의혹이 불거져 또 다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 국적의 여성 태권도인 모 씨는 8월 1일 국기원 직원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014년 포항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참가했던 모 씨는 국기원 직원 A씨가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참가한 자신을 불러 해외 사범들과 1, 2, 3차까지 술자리를 함께하고, 노래방으로 이동해 해외 사범들은 여성 접대부인 도우미를 불렀지만 A씨는 자신을 옆에 앉혀 입술과 가슴 등을 강제 추행했다는 내용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씨는 “당시 나이도 어려 두렵고 무서워 밖으로 얘기하지 못했지만, 이젠 내 스스로 나를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판단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면서 “당시 A씨가 국제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외국인 사범으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조심스러웠지만, 최근 국기원에서 A씨와 마주쳤는데 ‘이 새끼야’라면서 감정적으로 나를 대하더라. 그래서 국기원에 직접 찾아가 진정도 제기하고 사무총장과 국장들에게 A씨가 나를 강제추행한 사실에 대해 말했고, 고소까지 하게됐다”고 토로했다.
또 “당시에는 수치스러웠지만, 외국 사범이고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신분이라 무서워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젠 나도 예전보다 많이 한국 문화를 알았고, 또 A씨가 나에게 한 행동을 또 다른 사람에게 해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길까봐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 인권위원회와 대사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기원은 모 씨가 제기한 진정을 이유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A씨의 강제추행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A씨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기원 직원 A씨는 모 씨의 강제추행 고소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다.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며 “명백한 노조 탄압이고, 보복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 씨의 법률대리인이 현재 국기원 이사인 점을 들어 국기원 내부와 자신을 고소한 모 씨간 "모종의 거래가 있는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A씨는 최근 국기원과 대립적 위치에 서 있는 직원으로 국기원이 횡령, 배임 및 채용비리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당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수뇌부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지난 6월 말 국기원에 사표를 제출해 사직처리 된 모 부장과는 ‘양심선언’이라는 명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비리와 횡령 및 배임에 국기원 임원과 간부급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A씨는 “갑작스레 편제에도 없는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조사를 한다고 해서 어떠한 명분과 권한을 조사를 하는 것인지 질의를 했고, 나를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에 불응했다”며 “과거에 발생한 직원 폭행 건, 겸직금지 위반문제까지 조사하려고 하더라. 이미 그 문제는 다 끝난 문제다. 이제 와서 옛날에 끝난 문제까지 다 끄집어 내 조사를 하고 징계를 줘서 나를 해고하려고 하는데 그렇다면 현재 횡령과 채용비리로 조사를 받는 대상자들부터 처리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국기원은 집행부와 노조간의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조의 집단 행동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A씨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 질 경우 전체 파업 등의 극단적인 선택도 검토되고 있는 것.
태권도계는 국기원 수뇌부를 비롯해 직원들의 각종 비위까지 불거지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언론을 제외하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전무해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집단으로 분류되어 온 국기원의 적폐가 내부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들어섰다는 것.
국기원은 대외적으로는 세계태권도본부이자 태권도의 상징적인 위상을 지닌 단체다. 하지만 현재 국기원은 대외적 위상과 달리 내부는 썩을대로 썩어있어 각종 폐단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