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각 선수단의 노력이 불꽃튀는 상황에서 일부지도자들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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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새봄과 유경아의 경기 장면. 이날 안새봄(청)은 학교 선배인 유경아를 위해 경기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에스원 측의 설명이다. |
문제가 된 것은 삼성에스원의 김세혁 감독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 1차 예선대회 둘째 날, 여자부 -67Kg급에 삼성 에스원은 이인종, 안새봄, 유경아를 모두 출전시켰다. 그러나 이들 셋은 모두 한 조에 속하면서 최악의 대진 결과가 나왔다. 예선 1차전에서 안새봄과 유경아가 22번 경기에 배정됐고, 20번에 배정된 이인종은 김지혜(광산구청)와 1차전을 치루고, 2차전에서 22번 경기의 승자와 경기를 치루게 된 것이다.
결국 3명이 출전했지만 한 명만이 조 예선 8강에 진출하는 최악의 대진을 받은 것이다. 먼저 경기를 치룬 이인종은 김지혜에게 시종 경기주도권을 빼앗기며 패했다. 이어 에스원 선수끼리 벌인 22번 경기에서 안새봄도 예상을 뒤집고 유경아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그러나 경기종료 20초를 남기고, 삼성에스원 김용수 코치는 4대 1로 이기고 있었던 유경아 측 세컨으로 가서 기권했다. 공식기록으로는 3회전 2분 42초에 기권패가 선언됐다.
이기고 있는 선수를 기권시키는 황당한 상황에 경기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현재 경기규정에서는 경기 시작 전 임의로 기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기권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는 규정 위반은 아니다. 박종명 심판위원장은 “현재 규정 상 경기진행 중에 기권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며, “제재나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선수단 관계계자들은 일제히 비난했다. 한 관계자는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인 만큼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제재해야 한다”며, 김 감독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경기 직후 만난 삼성 에스원의 김세혁 감독은 “김 코치가 일방적으로 던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코치도 “새봄이가 경기를 제대로 뛰지 않았고, 우수선수로 선발된 만큼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기권을)했다”고 말했다. 유경아 선수도 “경기 전에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말하고, “경기 직후 (김용수)코치님이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새봄과 유경아는 강화여고 선후배 지간. 이날 안새봄은 선배 유경아 때문에 경기를 성실하게 뛰지 않았다는 것이 에스원 측의 설명이다.
결국 김 코치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선수와 감독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코치의 독단으로 기권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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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맨체스터에서의 김세혁 감독(오른쪽). 이 대회에서 양진석 사무총장(왼쪽)의 도움으로 손태진이 출전권을 확보하는 행운을 맞았다. |
가장 핵심이 되는 기권여부의 결정에는 김세혁 감독이 직접 개입했다. 경기종료 50초를 남기고 김 감독은 맞은편 스탠드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김 코치에게 “용수야 머해 이리 내려와”라고 김 코치에게 경기장으로 내려갈 것을 지시했다. 이어 20초를 남기고 김 코치는 유경아 측 세컨에서 주심에게 기권의사를 표시했다. 이어 18초를 남기고 경기는 중단됐고, 주심은 재차 누구의 기권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가졌다.
그러자 김세혁 감독은 “수건을 던져줘. 수건을 던져줘 용수야”라며, 직접 김 코치에게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실킬 것을 지시했다. 바로 수건은 던져졌고, 경기중지 17초만에 안새봄에게 기권승이 선언됐다.
이 과정은 현장에 있던 비디오에 녹화됐고, 동영상 파일을 통해 김 감독의 음성임이 확인됐다.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솔직하게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도심문으로 몰아간다”며, 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기권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김 코치의 단독적인 결정이었다는 기존의 답변을 재확인 했다.
김세혁 감독은 김용수 코치의 고교시절 스승이다. 결국 스승은 제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떠넘겼고, 제자는 스승을 위해 다시 자신의 어린 제자인 두 선수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