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대한민국의 법률로 공식 국기(國技)로 지정됐지만, 세계태권도본부로서 국기태권도의 본원이라는 국기원은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거듭나고 있어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국기원은 지난 2010년 특수목적법인으로 출범했다.
이전 재단법인 시절 채용비리, 임직원들의 범죄전력, 비리 연루자 등이 대거 확인됐지만, 특수법인에서는 이들을 그대로 놔두며 국기원이 각종 범법자 및 비리연루자들의 근거지로 거듭나게 했다.
국기원의 관할청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명분아래 친정부측 인사들을 임원으로 앉히려는 속셈으로 국기원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점을 알고서도 묵인, 방조했다.
특수법인 전환 8년차에 접어들은 국기원은 그동안 안정될 틈 없이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보직임원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이사장을 비롯해 원내 인사권자인 원장의 선임 등에 있어 파열음을 보여왔던 것.
특히 직원들의 경우 원내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내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보직과 처우가 천차만별 차이가 나다보니 일과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충성하며, 자신과 경쟁위치에 있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사내정치를 일삼아 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과거와 현재의 비리들이 노출되면서 자체검증 강도를 높이고, 조직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몇몇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국기원 정관 및 규정과 법률의 맹점을 악용해 권력을 되찾아감으로써 또 다시 국기원이 비리와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는 국기원 집행부의 의지다.
조직 투명성을 위해서는 강력한 자체검열로 과거와 현재를 떠나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범죄기록과 비리의혹, 직무수행능력에 대해 살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논란이 불거져도 “확인중이다”, “조사중이다”는 반응으로 감추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 예로 지난해 8월 국기원 임원과 기술심의회 관계자들이 주축이 되어 발족한 ‘국기원을사랑하는지도자연대’에서 중국에 국기원의 이름을 사용한 유사태권도대회를 개최하려다가 논란이 되어 공동의장을 맡던 최재무 국기원 이사가 국사연에서 사퇴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국기원 조직내 구성원이 사조직을 만들고 대외활동을 할 때 묵인하고 방치하던 국기원이 이제와서 국사연 활동에 철퇴를 가한 것.
국사연이 민간단체의 역할을 하지 않고 정치적인 행동을 할 때부터 국기원은 선을 그어 대처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방치하다가 이제와서 국기원 임원들과 기심회 구성원이 함께 활동 폭을 넓히자 제제 조치를 하는 행동은 국기원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나타냈다.
이뿐만 아니다. 태권도계 시민단체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외풍에도 국기원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이며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공권력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업무방해에도 눈치보며 고소 및 고발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고, 출처도 알 수 없고 근거도 희박한 의혹이 제기되면 지레 겁을 먹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으로 상황을 키워나갔다.
국기원의 조직관리 문제점도 심각한 상황이다.
각종 사업의 권한을 특정인물에 집중시키다보니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으며, 능력검증도 되지 않은 인사들에게 말도 안되는 보직을 부여해 예산만 축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또 창의성과 능동성이 발휘되는 수평적 조직이 아닌 무조건식의 상명하복(上命下服)만을 강요하는 수직적 조직으로 나아가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은 뒷전이 되어 버리고 사내정치를 통한 줄서기가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국기원 수뇌부의 물러터진 개혁의지와 능력이 아닌 오로지 처세와 연줄로 자리에 오른 일부 임원 및 간부급 인사, 거기에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역량 발휘를 위해 입사한 직원들이 무조건적인 상명하복만을 요구하는 수동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휩쓸려 버리면서 국기원은 자체 개혁이 불가능한 조직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기원이 스스로 엄격한 자체검증을 통해 쇄신과 개혁을 꾀하기 위해서는 민관 합동 적폐청산 및 개혁위원회 구성을 통해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문제가 발견된 인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바로 퇴출시킬 수 있는 체계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