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운동선수이니까 뭐 당연히 공부 안 해도 되고, 맞고 그러는 거 아냐? 라는 안일한 생각과 운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식하고 또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나 운동 같은 거 하는 거지! 하는 식으로 인식되어온 우리네 현실이었지만 이제 한 발 더 나가 성폭력까지 벌어지고 있다니...
이러다간 우리 체육인들이 앞으로 머지않아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든다. 일부 극소수 지도자들의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사회의 시선은 선량한 우리 모든 체육 지도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운동부 학교에서는 코치에게, 그리고 실업이나 프로팀은 감독에게 선수 통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채 승리만 강요할 뿐 선수 인권 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포기한 상황이다.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일정한 라인이 있어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특정 고등학교와 특정 종목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이나 프로에 직접 뛰어드는데 드래프트에 선발되지 못하면 지도자들이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지도자들에게 반기를 들 수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지금의 우리 시스템에서는 경기 시 출전시간, 대학진학, 취업, 연봉 등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 선수들은 지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들의 성폭력은 초등학교부터 성인선수들에게까지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었으며, 배구, 농구, 수영, 축구,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점은 지금껏 성폭력이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폭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 사실을 알고 있는 학교에서도 명예 실추와 책임교사들의 해임 등을 막기 위해 입단속을 해오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동물 길들이듯이 선수들을 길들이기 위해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어느 지도자의 인터뷰를 보고 TV를 같이 시청했던 가족들에게 필자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지도자는 어떻게 해서든 성적을 내야하고, 선수들은 무조건 시키니까 따라갈 뿐이고, 성적을 내기위해서는 합숙 훈련이라는 처방을 내려 혹독한 훈련을 시킬 수밖에 없고, 일부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합숙을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 선수들은 타지로 전지훈련을 떠나서 합숙훈련을 버젓이 하고 있고, 여자 선수들과 합숙소 생활을 하는 지도자는 거의 모두 남자이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들이 방치된다면 또 다른 문제와 또 다른 범죄자를 만들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공부는 내팽개치고 운동만 강요하며 합숙 훈련만 하는 문화는 절대로 없어져야 할 것이며, 선수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선수들을 대하고 존중을 해줘야할 것이다.
또한 지도자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철저한 원칙을 세워서 선수들의 기능을 지도하는 코치인 동시에 인성교육까지도 책임을 지는 선생님과 똑같은 책무를 다 하도록 하여 존경받는 지도자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긴 하지만 얼마 전 학교 체육 지도자를 선발하는데 자격 기준을 강화한다는 교육청의 공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앞으로 코치는 선수를 통제하는 힘을 권력으로 보면 안 될 것이며, 확고한 지도자의 철학과 자기반성을 통해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항상 어느 때나 선수들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지도를 하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제왕적인 절대 권위자가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서 선수들 스스로 지도자를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지도자의 능력을 만들어 가는데도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침묵 속 그늘 밑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가해자는 스포츠 권력의 핵심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