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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정관위반과 원장 정당성 논란을 둘러싸고 (좌측부터)손천택 이사, 전갑길 이사장, 최영열 원장 3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최영열 국기원장의 정당성 논란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기원 손천택 이사는 7월 14일자로 최영열 국기원장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국기원은 지난해 10월 11일 설립 이래 최초의 국기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했다.
국기원 정관에는 ‘선거인단은 과반수 참석으로 개회하며, 참석 인원 과반수 득표자를 원장으로 결정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상위득표자 1, 2위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실시하여 과반수 득표자를 원장으로 결정한다. 다만, 재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과반수 득표자가 선정될 때까지 재투표를 진행하여 선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시 원장 선거는 최영열 전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장, 김현성 전 국기원 연수원장, 오노균 전 대전광역시태권도협회 회장 3명이 후보자로 나선 가운데 1차 투표에서 최 후보 29표, 김 후보 4표, 오 후보 28표가 나와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상위 1, 2위 득표자인 최 후보와 오 후보만 남은 상태에서 2차 투표로 넘어갔다. 2차 투표에서는 62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 후보 31표, 오후보 30표, 무효 1표가 나왔지만, 원장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종오)에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31표를 얻은 최 후보를 원장 당선인으로 발표했다.
오 후보는 선거 직후 “과반수 득표라는 정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시 선관위는 “1표의 무효표를 참석 선거인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유효투표수 61표 중 31표를 득표한 최 원장이 과반수 득표자가 맞다”는 논리를 들어 기각했다.
이에 오 후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최 원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원장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26일 법원은 ‘과반수 득표자’라는 정관을 들어 최 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최 원장의 직무정지로 국기원은 향후 원장선거무효소송까지 원장 공백상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였으나, 5월 26일 오 후보가 자신이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원장선거무효소송을 갑작스레 취하함에 따라 최 원장은 국기원으로 복귀한 상태다.
오 후보의 소송 취하 다음날인 5월 27일 열린 국기원 이사회에서 전갑길 이사장은 최 원장의 정당성 논란을 의식한 듯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권위있는 법률전문가와 의논해보니 손 이사의 말과 같이 정당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정관에 과반수 이상으로 되어 있는데 절반으로 원장이 된 것이다. 정통성도 없을뿐더러 이사 중에 누군가가 소송을 제기하면 또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사들 이외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7월 1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국기원은 현안에 관한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최 원장 선출의 정관위반 사안을 논의했으며, 이사회 전체의 의결로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 만약 최 원장이 사퇴권고를 불응할 경우 국기원 명의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도 했다. 이는 이사회가 의결로 이사장에게 최 원장의 자진사퇴 권고와 불응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넘겼다는 의미다.
최 원장은 이사회가 정한 자진사퇴 권고 마감일인 7월 11일까지 사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어놓지 않았다.
전갑길 이사장이 나서 이사회의 의결 사안을 이행하기 위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어야 하지만,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손 이사가 이사 자격으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버린 것.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기원 일부 이사들은 “전갑길 이사장이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위반했다”며 “이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기원 정관에 ‘법령, 정관 또는 적법한 법인의 이사회 결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해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
국기원은 7월 15일 이사 워크숍을 열고 다시 국기원 현안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전 이사장과 최 원장을 비롯해 직무정지 신청을 제기한 손 이사 등 15명 내외의 이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크숍에서 일부 이사들은 전 이사장을 향해 ‘직무유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 원장이 배석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원장 관련 논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리를 피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최 원장의 의지가 강해 배석한 상태에서 원장 정당성과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 말미에 이사들은 손 이사가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지난 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이행한 행동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이사장이 직무유기에 따른 퇴진촉구 파동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손 이사의 직무정지 신청으로 넘기기로 한 것.
손 이사는 “우선 이사들과 함께 논의하지 않고 나 혼자 스스로 결정해 직무정지 신청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어제 워크숍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사장과 원장이 같은 건물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치고 일도 봐야 하는데 이사장이 소송을 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일하기가 불편하지 않겠는가?”라면서 “다른 이사들 또한 최 원장과 인간관계가 있고 하면 나서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이런 저런 관계들속에 생각하다보니 내가 스스로 신청하게 됐다. 이사들 역시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이사회 의결을 이행하는 것으로 판단해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원장선거 당사자인 오 후보의 소송 취하로 인해 일단락 될 줄 알았던 최 원장의 정당성 논란은 지난 6월 15일 태권도정의사회실천연대 김성천 대표가 국기원 기술심의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7월 14일 손 이사가 이사 자격으로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여기에 원장 선거인단으로 참여한 인원들까지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기원 정관위반 및 원장 정당성 문제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한편 이사회의 원장 해임 의결 및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촉구했던 실천연대 김성천 대표는 “이사 개인이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전갑길 이사장의 직무유기다. 이사회에서 해임을 하던가 이사회의 의결로 직무정지를 하던가 결정했어야 하는데 전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무시하고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나 또한 가처분 신청을 취하할 생각이 없다. 이사장의 직무유기까지 더해서 퇴진 촉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